달러 패권의 역사 _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 오건영"

[달러 패권의 역사]

1. 달러 VS 페트로 달러

1970년대 중동 산유국들이 OPEC이라는 카르텔을 중심으로 원유의 공급을 좌지우지하게 됩니다. 이들이 원유 공급을 줄이자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 세계는 엄청난 물가 상승의 공포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를 '인플레이션의 시대'라 불렸습니다. 높은 가격에 원유를 팔아 달러를 끌어모았던 중동 산유국들은 당시 '페트로 달러'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패권이 강력했기에 미 달러화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의 상승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뒤집어보면 화폐 가치의 하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달러 가치의 하락은 달러 패권의 약화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속에서 미국 경제는 매우 힘겨워했고, 산유국들이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교섭력을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영원할 것이라고들 여겼습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소비가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 가격이 너무 오르자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게 되고 기업들은 돈을 못 벌 것이고 투자를 줄이며 고용 또한 축소합니다. 소득은 늘지 못하는데 물가는 오르니 수요 자체가 붕괴되는 것입니다. 

 

 

FED 의장인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모든 화력을 집중합니다. FED 금리를 20%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높은 금리로 인해 당시 미국의 중소기업들이 줄도산을 하면서 미국 경기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이렇게 수요는 크게 낮아졌는데 국제유가는 하늘에 떠있게 되고 그 결과 국제유가가 추락하게 됩니다. 에너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페트로 달러, 즉 원유가 미 달러화 앞에서 무너진 겁니다.

 

중동 산유국들은 이런 일을 겪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유 감산 등을 통해 국제유가를 하늘 끝까지 밀어 올리는 일이 다시 발생합니다. 2007 ~ 2008년 고유가 시기였습니다. 2007 ~ 2008년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 직전 시중에는 달러 유동성 공급이 엄청났습니다. 달러 유동성 증가는 달러 약세를 유발했고, 국제유가는 그러한 달러 약세에 기반을 두고 하늘 높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당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의 폭발적인 성장에 원유에 대한 수요를 높여주면서 국제유가상승이라는 기름판에 불을 붙였습니다. 금융위기를 앞두고 글로벌 경제가 위축되는 중이었지만 국제유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오르고 있었습니다. 산유국들은 이런 상황에서 원유 공급을 늘려 국제유가를 낮춰야 했지만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옵니다. 시중에 돈을 공급해주는 역할인 은행에 문제가 생기고 신용 경색이 나타납니다. 신용 경색이 찾아오자 기업들은 돈을 구할 수 없게 되었고, 그로써 경제 자체도 빠르게 쪼그라들어 당연히 원유에 대한 수요도 급속도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에 따라 하늘에 떠 있던 국제유가는 또다시 급락하게 됩니다.

 


2. 달러 VS 엔화

페트로 오일 몰락이 현실화 되었던 1980년대 초 이후 달러 패권에 도전한 세력이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의 엔화 강세 및 1980년대 후반의 버블 경제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일본 경제가 강한 상황에서 내수 수요가 강하니 굳이 엔화 약세에 기반한 수출 성장에 목을 매고 있을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오히려 엔화 강세를 만들어서 수입 물가를 낮춰 소비 진작을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것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결국 버블에 의존한 성장은 멈추게 되고 일본 경제 버블이 붕괴했습니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슈퍼 엔고 상황이 닥쳐왔을 때 더욱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아베노믹스와 같이 강력한 엔화 공급 대책, 즉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질적완화에 바탕을 둔 엔화 약세로 최근 일본은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도 자체 경제력이 강하지 못하기에 엔화 강세보다는 엔화 약세를 택해서 수출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엔화가 국제통화인 것은 맞지만 지금은 달러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레벨에 머물러 있게 되었습니다.

 


 

3. 달러 VS 유로화, 위안화

2002년 유로화가 출범하였습니다. 달러에 도전하기 위해 선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유럽 연합은 경제력을 통합하고 유로 경제권 내에서 유로화를 함께 쓰고자 합니다. 금융위기 직전, 즉 달러화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던 시기에 유로화는 상당한 강세를 보였습니다. 독일의 경제가 1990년대 통일 직후부터 이어졌던 장기 불황에서 벗어났고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경제가 무너진 이후 달러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가 유로존의 연환계, 즉 유로화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원인과 같이, 유로화의 특성으로 인한 그리스 등의 부채를 기반으로 한 성장은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유로화는 빠른 몰락세를 보이게 되었고 유로존 국가들은 처음에는 긴축재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었지만 지금은 그 스탠스가 완전히 바뀌어 현재는 일본처럼 양적완화와 유로화 약세를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로화 다음으로 달러에 도전한 것은 위완화입니다. 2005년 7월 22일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 위완화는 10년 동안 절상되었습니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연 10%대의 고성장을 이어가는 등 상당한 경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중국 역시 미국 금리 인상의 파고와 함께 경제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깐율>

달러 패권에 도전했었던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의 통화는 이후 돌아가며 위기를 겪었고 각 국가들은 현재 자국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여 환율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향후 어떤 국가의 통화가 달러 패권에 다시 도전할 날이 올 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책 내용에도 나와 있듯이 상당 기간 달러 패권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달러에 대한 흐름을 파악한다면 투자 관점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치며.. 감상평]

평소 경제 관련 기사들은 어렵다고 느꼈고 크게 관심도 없었지만, 서점의 베스트셀러 가판대에서 오건영 저자님의 책들을 많이 접하여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초보자에게 매우 어려울 수 있는 경제 관련 내용들을 금리와 환율 기초적인 이론 설명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책 전반의 내용들도 직접 옆에서 설명해주듯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과거 1970년대부터 현재(2019년 출간 시점)까지 미국, 일본, 유로존, 중국, 한국의 위기 상황들에 대해 금리와 환율이라는 소재만으로 주요 사건들과 흐름을 설명을 합니다. 이 모든 사건들이 자국의 돈의 가치인 금리와, 대외적인 화폐의 가치인 환율만으로 설명이 된다는 것이 신기하였고 금리와 환율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유익했던 것은 일본의 경제 버블, 유럽의 재정위기, 한국의 외환위기 등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던 주요 사건들에 대해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경제, 금융에 관한 뉴스가 읽힌다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 이후로 출간된 오건영 저자님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며 세계 경제 흐름과 주요 자산시장을 이해하는데 노력을 해봐야겠습니다.

 

일본의 버블 경제 시절, 이후 총정리(부동산 등)

 

(경제 #4) 일본의 버블 경제 시절, 이후 총정리(부동산 등)

[일본의 버블 경제 형성 과정] 일본 경제를 버블로 이끈 원인으로 1985년 9월에 있었던 플라자 합의와 1987년 2월 루브르 합의를 들 수 있습니다. 플라자 합의는 환율 변동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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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오건영 저자님의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책을 읽고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도 더 좋은 내용을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오건영)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오건영)

△ 일본 편

- 플라자 합의(환율), 루브르 합의(금리), 역플라자 합의(환율), 양적질적완화(환율 & 금리), 고베 대지진, 역플라자 합의, 동일본 대지진 및 아베노믹스 등 198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방향을 바꿔온 중요한 이슈들

 

 한국 편

- 한국의 IMF 외환위기, 그리고 그 이후 한국 경제 체질의 변화, 가계 부채 위기 등

 

 유럽 편

-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 체계가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이어지는 과정

- 유로존 재정위기 및 긴축재정, 그리고 유로존 양적완화(유로존 금리 & 환율) 등은 2000년대 이후 탄생한 유로존의 흐름

 

 중국 편

-  2015년, 2016년 위완화 위기와 극복 과정

 

 미국 편

- 미국 달러 강세로 인한 주변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 주변 국가들의 위기가 어떻게 미국의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과정

-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환율 전쟁 전반 내용, 달러 패권의 역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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